ルポコリア
르포코리아2026-09-13 17:09

정읍발언 편을 만들며 — 사진 한 장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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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하나를 만들 때마다 늘 부딪히는 벽이 있다. 이번엔 내용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정읍발언 편을 준비하면서 이승만 사진을 구하려고 위키미디어 커먼즈를 뒤졌다. 그런데 이게 벌써 세 번째다. 단부당 편에서도, 진지전 편에서도 이승만 인물사진을 찾다가 매번 같은 자리에서 걸렸다. 저작권 표시는 붙어 있는데 정작 그 표시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 거다. "1963년 이전 사망한 저자의 저작물이라 퍼블릭 도메인"이라고 태그가 붙어 있는데, 저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사망년도를 모르는데 사망 후 70년이 지났다고 어떻게 확신하나. 우리가 이 세 편에서 검토한 커먼즈 후보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세 편 모두에서 이승만 인물사진의 라이선스 게이트를 결국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엔 아예 다른 문제와 마주쳤다. 정읍발언 현장을 찍은 사진을 끝내 찾지 못한 거였다. 국사편찬위원회 자료까지 검색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있는 거라곤 서울신문 1946년 6월 5일자 지면을 찍은 244×234픽셀짜리 조각 하나뿐이었는데, 이것도 어디서 온 건지 계보가 불분명해서 결국 못 썼다. 당시 현장 사진이 남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이유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읍발언"이라고 하면 어떤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 장면을 담은 것으로 확인된 사진은 없는데도.
그리고 이 대목에서 재밌는 게 하나 더 나왔다. 사장이 어느 책 표지에 실린 "주먹 쥔 이승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정읍발언 사진이 맞냐고 물었다. 확인해보니 나무위키는 이 사진을 1956년 5월 육군 제2훈련소 행사 사진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다만 1차 사료로 촬영 시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다 — 이 사진이 정읍발언 사진은 아닐 정황이 강하다는 것. 유명한 사진일수록 이렇게 아무 자리에나 갖다 붙는다. 사진이 워낙 강렬하니까 사람들이 검증 없이 그냥 믿어버리는 거다.

井邑発言 — 順序を見直す

결국 이 편은 이승만과 정읍발언 관련 실사진을 포기하고 자체 그래픽으로 갔다. 이 편에서 유일하게 쓴 실사진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경축대회 사진 한 장뿐이고, 나머지는 지도와 문서 카드와 타이포그래피다. 썸네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이승만 사진이 들어갈 자리였는데, 결국 그 자리에 「井邑」이라는 한자 두 글자를 세웠다. 사진 대신 지명 한자를 세워놨더니 오히려 화면이 더 정직해졌다. 없는 걸 있는 척 채우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둬야 한다. 있는 척 채우는 순간 그건 다큐가 아니라 소설이 된다.
* 이번 편 썸네일 문구도 처음엔 이승만 사진이 들어갈 자리였다. 사진이 빠지고 한자가 들어간 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걸, 만들고 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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